讀者生存 (독자생존 : 논문 읽어야 산다) - KAIST 류호진 NQE484 참고자료 05

안읽으면 티가 난다

어렵다는 이유로 논문읽기를 게을리 하면 어떻게 될까? 어차피 연구란 실험이나 계산을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만 내면 되는 것 아닐까? 대학원에 들어와서 한두 해 지나다보면, 논문을 성실히 읽어가며 연구한 학생과 논문을 읽지 않고 연구하는 학생의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본인은 모를 수 있어도, 동료들이나 지도교수에게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결과만 있다. 주간보고나 세미나 발표할 때 자신이 얻은 결과를 보여주고 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있다 해도 학부생도 덧붙일 수 있는 수준으로, 좋아졌다 또는 나빠졌다 정도의 단순한 관찰에 그친다. 실험이나 계산으로 얻어진 수치의 의미, 이전 결과와의 비교, 변화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한 고찰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그 결과가 전체적인 맥락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관련된 논문을 찾아 읽으며 스스로 묻고 생각해 보는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이다. 좋은 논문일수록 고찰 부분이 충실하다.

확신이 없다. 과제 회의 시간이나 세미나 시간에는 다양한 질문이 오가게 된다. 왜 그럴까 하는 궁금함, 다르게 해보면 어떨까 하는 가정, 또 다른 원인이 있지 않은지 묻는 반론까지. 그러나 다른 논문에 나오는 다양한 주장을 직접 평가해 보지 않고는, 내 결과에 확신을 담아 주장하기 어렵다. 대신 이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라며 얼버무리게 되기 쉽다. 모든 원인을 완벽히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가 이미 밝혀진 것이고 어디부터가 새로운 결과인지 분명히 해야 서로 도움이 된다.

방향이 없다. 결과를 다 듣고 나서 청중들이 하는 생각이 "그래서?" (So what?) 라면, 연구 동기와 목표 설정에 대한 전달이 부실한 것이다. 평소에 논문을 읽어가며 연구 목표와 방법론을 빈틈없이 가다듬어 왔다면 청중들에게 자신의 연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줄 수 있다. 논문을 읽다보면 과제계획서에 적혀 있는 연구내용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탐구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탐구가 자신의 연구를 이끌어 가는 방향타가 되는 것이다. 지시받은 업무 수행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연구 질문을 가지려면 스스로 논문을 찾아 읽을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나의 연구 방향이 명쾌하게 전달된다면 청중들은 다음 세미나가 기다려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