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者生存 (독자생존 : 논문 읽어야 산다) - KAIST 류호진 NQE484 참고자료 03

논문이라고 다 읽을 만한 논문은 아니다

예전에는 인쇄물로 출판되던 주요 학술지 몇 종만 챙겨보면 자기 분야 대부분의 논문을 섭렵할 수 있었다. 날마다 새로운 온라인 학술지가 뚝딱 창간되고, SCI 등재 논문만 매년 수백만 편이 쏟아지는 요즘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요즘엔 컴퓨터나 모바일로 쉽게 논문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데이터베이스도 잘 정리되어 있어, 인터넷으로 키워드 검색만 하면 원하는 주제의 논문을 순식간에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검색으로 찾은 모든 논문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학술논문은 새롭고, 중요하며, 수준 높은 분석 내용을 발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검색으로 찾은 모든 논문들이 이러한 수준을 만족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논문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할 논문을 골라내는 것을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것이다.

수준 낮은 논문은 시간 낭비. 피어 리뷰가 철저하지 않은 상업적 부실 학술지가 범람함에 따라 수준이 낮은 논문도 점점 많이 발행되고 있으며, 온라인 검색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이런 논문들은 연구 방법론이 체계적이지 않거나, 결과 해석이 논리적이지 않을 수 있으며, 많은 경우 현상에 대한 관찰 결과를 단순 기술하고 선행 연구들의 결론을 반복하는 데 그치고 만다. 따라서 제목이나 주제가 연관성이 있다고 해서 이러한 논문을 꼭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논문부터 읽어야 할까? 피어 리뷰의 수준은 학술지의 Impact Factor (IF)로 대략 가늠할 수 있다. 따라서 IF가 높은 우수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위주로 읽기 시작하는 것도 처음엔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너무 어려운 논문은 나중에. 우수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라고 해도 논문들의 수준과 깊이는 천차만별이다. 아무리 반복하여 읽어도 대학원생의 수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논문도 있을 수 있다. 또한 특수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국한된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하여 다른 부분에 적용하기 힘든 논문도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논문으로 넘어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연구 수행에 필수적으로 중요한 논문이라면 관련 문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꼭 읽어야 하는 핵심 논문은 참고문헌 또는 인용문헌에서 항상 걸리게 되어 있다. 어려운 논문은 충분한 배경 지식과 실력을 쌓은 뒤에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엔 큰 그림부터. Google Scholar 나 ScienceDirect를 통해 인터넷 논문 검색을 해보면 수십 년 전 논문부터 올해 발간된 논문까지 광범위하게 찾아준다. 가장 오래된 논문부터 읽어야 할까, 아니면 최신 논문부터 읽어야 할까? 시간이 많다면 오래된 논문부터 최신 논문까지 연대별로 읽어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관련 논문이 몇 편 안되는 특수한 경우에나 가능할 것이다. 우선은 배경 설명과 문헌 조사가 충실한 최신 논문부터 읽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가장 최근에 나온 Review 또는 Overview 논문부터 읽는다면 관련 분야의 큰 그림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연구과제와 연관성이 높다고 해서 지엽적인 논문부터 읽기 시작하면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게 되어, 나도 모르는 사이 편견 또는 편협한 선입관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