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者生存 (독자생존 : 논문 읽어야 산다) - KAIST 류호진 NQE484 참고자료 04

그래도 논문 읽기 너무 어려운데...

대학원에 들어가 연구를 시작하게 되면 연구 프로젝트와 연관된 논문들을 소개받거나 찾아보게 된다. 새로운 주제의 연구라면 교수님이 중요한 논문 리스트를 뽑아줄 수도 있고, 연구실에서 진행되던 연구라면 선배들이 찾아 놓은 논문일 수도 있다. 새로 참여하는 과제를 잘 해보겠다는 마음에 의욕적으로 여러 논문을 다운로드 받아 읽기 시작해보지만, 처음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좌절감만 느끼다가 포기하게 된다. 이렇게 어려운 논문을 꼭 읽어야 하는 것일까? 왜 이렇게 논문은 읽기 어려운 것일까?

처음엔 누구나 어렵다. 논문 중엔 전문가가 읽기에도 난해한 논문도 있지만, 대부분의 논문은 해당 분야 대학원생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 분야에서 통용되는 전문용어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할 경우, 아주 평범한 영어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아주 쉬운 단어도 전공 분야에 따라서는 사전적인 뜻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엔 생소한 전문용어의 정의를 하나씩 찾아보며 읽을 수밖에 없다. 찾은 단어의 의미를 논문에 표시하면서 읽거나,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어 익혀 나가다보면 해당 분야 용어들이 익숙해지는 순간이 온다. 논문에 사용되는 용어들과 친숙해지는 것이 전문가로 성장하는 첫걸음이다.

신조어나 약자가 많다. 전문가들은 논문에서 같은 설명을 길게 반복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단순하면서도 축약된 용어를 새로 만들어내길 좋아한다. 예로써, 산화 반응 속도가 느려서 냉각재 상실 사고 시 피복관 산화에 의한 수소 발생이 억제되는 핵연료를 사고저항성연료 (Accident Tolerant Fuel)로 부르는 것처럼. 처음 몇 년간은 설명을 덧붙이지만 대부분의 학계 동료들이 충분히 인지할 정도가 되었다고 판단하면 신조어를 단독으로 사용하게 된다. 나중엔 ATF 와 같이 영어 약자로도 널리 통용되기 시작하고 논문에도 약자를 많이 사용된다. 문제는 이런 신조어나 약자들은 교과서에 나오지도 않고 인터넷 검색으로도 그 뜻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이럴 땐 고민하지 말고 배경을 이해하고 있는 교수님이나 선배에게 물어보는 것이 빠른 길이다.

100%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읽은 논문에 있는 모든 내용을 당장 이해하려고 하다보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우선은 도움이 되는 부분을 이해하고 자기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하고, 너무 어려운 부분은 따로 표시를 해 놓거나 메모를 남기고 넘어가면 된다. 다른 논문을 읽고 나서 나중에 다시 읽으면 쉽게 이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논문에 따라서는 본인 연구와 연관성이 없는 내용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부분들도 생략 가능하다.

논문은 전문가를 대상으로 작성된 글이기 때문에 비전문가가 읽기에는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실력을 갖출수록 논문을 유용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논문 읽기가 어려운 것은 새로 연구하는 분야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판단력을 보유하기 전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를 수행하면서 실력을 쌓아가다 보면 논문 읽기가 점점 수월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때까지 포기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