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者生存 (독자생존 : 논문 읽어야 산다) - KAIST 류호진 NQE484 참고자료 06

교수도 안 읽으면 별 수 없다.

지금까지 왜 논문을 꾸준히 읽어야 하는 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보았으니, 이제는 실제적인 방법을 설명할 차례가 된 것 같다. 논문을 어떻게 읽는 것이 연구에 도움이 되는 지 여러 좋은 자료들을 참고하여 나누고 싶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미국 시애틀에서 개최된 학회에 출장 가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잠 못 이루며 떠오른 생각이 있다. 나는 충분히 논문을 읽고 있는가? 그렇다고 하기엔 98% 정도 부족한 것 같기에 이래저래 핑계를 생각해보았다. 다행히 그럴듯한 핑계가 많이 있었다. 설득력이 있기를...

시간이 없다. 출근해서 커피 한잔과 함께 강의 준비하고, 연구실 학생 면담하고, 과제 회의 준비하고, 다양한 학회에 참석하다 보면 벌써 금요일 오후 랩 세미나 시간이다. 방해받지 않게 사무실 문 닫고 조용히 논문을 읽고 사색할 시간까지 바라는 것은 사치인 듯하다. 그럴 시간 있으면 학술지에 투고해야 할 대학원생들 논문 초안을 한 번 더 읽어 보고 고쳐서 돌려줘야 한다. 게다가 학술지에서 심사 요청한 논문 리뷰 건도 몇 건씩 밀려있다. 규칙적으로 논문 읽는 시간을 우선적으로 떼어놓거나, 논문 읽은 내용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의무를 스스로 부여하지 않고는 논문 읽기에 우선순위를 두기엔 불가능하다.

학생들이 읽겠지. 어차피 연구를 직접 수행하는 학생들이 관련 논문들을 읽고 중요한 내용은 정리해서 세미나 때 발표할 것이 아닌가? 똑같은 논문을 교수도 읽고 학생도 읽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은 중복 투자가 아닐까? 지도 교수는 세세한 내용보다는 큰 그림을 보여주며, 학생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평가해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읽은 내용을 정리해서 듣는 것과 자신이 직접 읽고 이해하는 것과는 심각한 차이가 있다. 학생들이 새로운 연구 내용을 설명할 때 관련 논문을 직접 읽지 않은 상태에서는 깊이 있는 토론과 새로운 아이디어 제시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할 수는 없다. 독창적인 연구를 하려면 남다른 연구를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논문만 열심히 읽으면 기존 연구 방향을 따라가게 되어 창의적일 수 없을 수도 있다. (음...) 이건 핑계가 안 될 것 같다. 다른 논문 안 읽고 창의적 연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몇 안 될 것이고, 논문을 읽어야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나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

논문이 전부는 아니다. 주변 연구자들을 보면 꼭 논문 읽기를 잘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집중력 있는 노력, 끈질긴 실패의 극복, 해외 연구진과의 교류, 최첨단 장비의 활용 등 다양한 성공 요인들이 있다. 그래도 논문 읽기에서 뒤지면 경쟁에서 뒤처지기 쉽다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시선을 전 세계로 돌리면 지금도 미국, 중국, 유럽의 누군가는 우리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을 읽으며, 이를 추월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을 것이고 그 중 누군가는 언젠가 성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