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者生存 (독자생존 : 논문 읽어야 산다) - KAIST 류호진 NQE484 참고자료 02

왜 논문인가?

연구를 잘 하려면 꼭 논문을 읽어야 되나? 논문을 읽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면 품을 수 있는 질문이다. 대신 교과서를 읽으면 안 될까? 대학생 때는 교과서를 읽어가며 공부하고, 연습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봐야 각 과목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었기에, 석, 박사 과정에서도 대학원 과목의 교과서들을 열심히 읽으면 연구를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교과서만으로는 거의 연구를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 학술논문의 참고문헌 리스트를 보면 교과서 종류의 참고문헌은 매우 드문 편이다. 그렇다면 논문의 어떤 점이 그렇게 특별한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논문은 어떻게 작성된 것인가? 학술지 논문 첫 페이지를 보면 제목 바로 아래 저자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대학에서 발표한 논문의 경우, 석, 박사 과정 수년 동안 수행한 연구결과를 한 편의 논문으로 정리한 결과일 수 있다. 불철주야 연구를 수행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극복하기 위해 밤을 지새고 고민을 거듭하며 얻은 최첨단 지식을 학술지 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읽어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한 분야만 연구한 대가의 최신 논문을 통해 그의 일생 동안 축적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연구 내용을 힘들게 유학가거나 방문하지 않고도 배울 수도 있다. 논문을 읽음으로 아껴지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연구자들은 논문 저자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논문은 제출한 그대로 게재되지는 않는다. 정상적인 학술지는 투고된 논문을 피어리뷰 (Peer-Review)를 통해 철저히 심사한 후 게재 여부를 결정하며, 심사를 위임받은 해당분야 전문가들은 매우 까다로운 심사의견을 제시하며, 수정 보완 사항이 만족스러울 때까지 투고된 논문을 돌려보내기를 반복한다. 학술지의 편집장은 모든 심사위원들의 이견이 해소되고 나서야 저자들에게 게재 승인을 통보한다. 따라서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나 비논리적이고 자의적인 해석들은 대부분 걸러지게 되고, 혹독한 심사에 살아남은 내용들만 게재되는 것이다. 이것이 일반 과학 서적들과 학술 논문의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학계에서 인정받는 학술지에 실린 논문들은 그 분야 전문가들이 신뢰할 수 있는 증거를 바탕으로 기술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논문은 게재된 후에도 연구자들과 소통을 계속 이어간다. 읽은 논문을 통해 자신의 연구를 발전시킨 경우 연구자들은 그 논문들을 자신이 작성하는 논문의 참고문헌으로 인용하여 자신의 연구가 어떤 논문의 영향을 받았는지를 명시한다.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기간 동안 인용 수 (Impact Factor)가 높은 논문의 경우 학계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논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남들이 이미 수행한 연구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거나, 의미가 분명하지 않은 지엽적인 연구의 경우에는 논문으로 출판되더라도 인용이 안 될 수도 있다. 읽고 있는 논문의 참고문헌을 통해 어떤 논문을 바탕으로 발전된 연구인지를 알 수 있으며, 이 논문을 인용한 논문을 따라가면서 가장 최신의 논의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즉 단편적인 지식 습득에 그치지 않고 해당 연구 분야의 최신 동향과 이슈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