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者生存 (독자생존 : 논문 읽어야 산다) - KAIST 류호진 NQE484 참고자료 09

이 연재는 학술 논문을 효과적으로 읽기 위한 “스파크 SPARC”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SPARC는 Story, Purpose, Application, Recording, Critical Reading 다섯 단어의 첫 알파벳을 모은 약자이다.

논문을 읽는데 스토리?

드라마를 중간 회부터 본다고 생각해보자. 아무리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고 해도 재미있을까? 많은 등장인물 중 누가 주인공인지도 모르겠고, 왜 저런 말과 행동을 하는 지 이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스토리가 충분히 파악된 후에라야 감정 이입도 되고 긴장감도 느끼면서 드라마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논문 읽기도 마찬가지다. 논문 한편 한편은 그 자체로 완결된 작품이지만, 보다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스토리를 먼저 파악한다면 논문 읽기가 수월해질 수 있고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스토리를 안다는 것은 히스토리를 안다는 것이다.

논문은 지금까지의 성취를 기반으로 해서 하나의 새로운 벽돌을 그 위에 쌓아 올린 것과 같다. 그 벽돌이 왜 그 자리에 적합하고 의미가 있는 지에 대해 논하고 증명하는 것이 논문의 주된 내용이 된다. 기반이 되는 기술의 히스토리를 모르는 상태라면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다행히 논문의 Introduction 부분에 그 논문이 왜 작성되었는지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연구 배경 설명이 자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 논문이 어떤 맥락 속에서 자리하고 있는 지 먼저 파악한 후에 읽기를 시작하자.

스토리를 안다는 것은 지금 수준을 안다는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는 프리미어 리그 수준의 경기력을, K 리그는 K 리그 수준의 경기력을 가져야 참여할 수 있다. 논문의 세계 역시 아무 연구 결과나 스토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The literature”에 들어갈 수 있는 논문이 있고 들어갈 필요가 없는 논문들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의 수준과 비슷해야 그 스토리에 한 자리 참여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수준을 알아야 내가 어느 정도까지 일을 해야 하는 지 알 수 있다. 논문을 읽을 때 내가 이 스토리에 참여하려면 어느 정도 수준의 성과를 내야 하는 지 점검해야 한다.

스토리를 안다는 것은 어디로 가는 지 방향을 안다는 것이다.

한 분야에서도 논문들이 워낙 방대하고 다양해서 처음 접할 땐 뒤죽박죽인 것 같아도, 나중에 보면 연구자들이 추구하는 한 방향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토리를 알고 보면 최첨단 기술로 향하는 방향으로 먼저 달려가 깃발을 꽂기 위한 분초를 다투는 경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연구하는 분야의 첨단 기술이 어디로 가는 지 방향을 알게 되면 논문 읽기가 편해진다. 초점 없이 읽다가 헤매는 대신, 한 방향에 비추어 어떤 기여를 했는지 다른 논문들과 비교하며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여러 Figure 들 중 사족과 같은 Figure 들은 생략하고 비교 분석이 필요한 Figure 만 골라서 볼 수 있게 된다.

스토리를 알고 드라마를 보면 이번 회가 벌써 끝나는 게 아쉽고 다음 편이 기다려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스토리를 파악하고 나서 논문을 읽게 되면 줄거리를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될 때의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 편만 읽은 것으로는 아쉽기에 이어지는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다음 논문을 찾게 된다. 때로는 새로운 스토리를 제안해서 이어나갈 수 있는 길이 보일 수도 있다. 과학기술은 아직 쓰이지 않은 명작을 함께 작성해나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